나는 '나는 가수다'는 계속 하던 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나는 가수다'를 단지 쟁쟁한 가수들의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는 예능에 하나로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는 '나는 가수다'의 서바이벌 부분에 집중해서 본 것 같다.
그 인식의 차이는 크다. 예를 들어서 스타크래프트 경기를 하다가 임요환이 떨어지자. 임요환에게 재도전 기회를 준다면 어떨까?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예능으로 생각하면 달라진다. 어제의 무한도전에서도 규정을 깼다. 정준하는 원래 신청한 일반인 중에서 자신과 하루를 바꿔서 보내야 했지만, 야구선수가 신청할 가능성이 적다고 느꼈는지 야구선수인 친구와 하루를 바꿨다. 그것은 결국 규정을 깬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무한도전에서 돈이나 상품을 건다고 해서 그들이 그것만을 위해서 싸우나? 아니다. 그들에겐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경쟁이라는 것은 단지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한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나는 가수다' 역시 서바이벌의 규정보다는 멋진 무대를 보여주려는 가수들의 생각과 취지에 따라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애초에 내로라하는 가수들에게 진짜 서바이벌을 보여주길 바란 것은 시청자의 욕심이 아니었을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재도전 기회를 준 것이 500명의 청중평가단을 무시하는 처사일까? 그들의 평가는 유효하다. 단지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것일 뿐이다. 또한, 청중평가단 역시 누군가를 떨어뜨린다는 생각보다는 노래와 무대를 즐기는 공연으로 받아들여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김건모의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 분야의 최고라 칭할 수 있는 가수들에게 그런 경쟁을 시킨 것 자체가 너무 잔인했다는 생각도 든다. 김영희 피디 역시 그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해결책 중의 하나가 재도전 기회를 주는 것 아니었을까?
규정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법도 바뀐다. 문제는 그 이유가 타당한지 아닌 지이다. 방송에서는 김건모이기 때문에 특혜를 준 것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충분히 다른 상황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핵심은 왜 재도전 기회를 줬느냐이다. 가수들이 멋진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혹은 노력이 부족해서 꼴찌를 했을 때. 그것을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원칙을 깬 행동일까?
'나는 가수다'는 기존의 서바이벌 방송과 다르다.
서바이벌에 나오는 사람들은 경쟁을 통해 상금이나 인기를 얻게 된다. 만약 1위를 뽑기 위한 경쟁에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줬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특혜이다. 탈락함으로써 도전 기회를 박탈당했는데 재도전 기회를 준다면 다시 1위를 할 기회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다른 가수들에게도 재도전 기회를 준다고 해도 기존의 가수들에게는 다시 강력한 경쟁자가 복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것은 공평하지 못한 것이 된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가수들은 이미 최고라 불리는 사람들이고 그 가수 중에서 꼴찌를 뽑는 경쟁이다. 그들은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닌, 죽지 않기 위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재도전 기회를 얻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에는 명예회복이 있을까? 사실 명예회복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 더 연속으로 꼴찌를 할 수도 있다. 김건모는 그러면 더욱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었다. 김건모는 그런 위험 가능성을 가지고 도전했다. 김건모가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는 잃게 될 것이 더 많은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는 것이다. 어차피 죽으려고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 그것도 위험부담감이 더 큰 기회를 준 것을 특혜로 볼 수 있을까?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준 것 때문에 누가 어떤 피해를 보았을까? 난 모르겠다. 하지만, 대중 때문에 김건모와 김영희 피디, 김제동이 상처를 입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들은 잘해봐야 현상유지. 못하면 이미지 실추다. 순전히 시청자에게 멋진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희생한 그들에게 어쩌면 우리가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블로그에서 본 내용으로 멋지게 박수를 받으며 내려올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올라온 기사를 보니 처음부터 재도전 기회를 줄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가수다’ 재도전, 급조된 것 아니었다.
'나는 가수다'는 충분히 많이 꾸며진 예능이자 드라마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김영희 피디는 이소라의 돌발 행동, 김건모의 결과에 난감해하는 모습, 재도전 기회 부여. 그 모든 것들을 드라마를 극적이게 보이도록 하는 소재로 이용하려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이렇게까지 큰 반감을 불러올 것을 그는 예측하지 못했다. 시청자는 그것을 너무나도 진지하고 엄격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그렇게 받아들이도록 보여줬다는 게 맞는 말일까? 막장 드라마도 드라마라는 것을 알아야 이해하고 봤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MBC의 김영희 피디 교체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김영희 피디가 사퇴의사를 밝혔어도 막았어야 했다. 김영희 피디의 교체를 결정한 사람은 아주 바보 같았거나 또 다른 숨겨진 속사정이 있었거나 여론의 분위기를 바꾸려는 여론몰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김영희 피디 교체가 그냥 여론몰이에 하나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고 여론의 관심이 너무 커서 결정을 되돌리기에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다.
'나는 가수다'에서 김영희 피디는 그냥 피디가 아니었다. 그 쟁쟁한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것도 김영희 피디 때문이었고 이 프로그램 자체가 김영희 피디가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방송이었다. 그 구심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가수들은 계속 출연하게 될 것 같지만, 과연 그전과 같은 마음으로 노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는 '나는 가수다'가 하던 그대로 주말에 볼만한 재미있는 예능에 하나로 자리매김해주길 바래본다. 난 나의 일요일의 즐거움을 빼앗은 사람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피디가 교체되고 김건모가 더 불미스럽게 하차하고 오히려 이제 더 보기가 불편해질 것 같다.